📑 목차
놀이와 프로젝트로 만드는 1년짜리 학교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
학교에서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한 번의 캠페인이나 체험학습으로 끝내면, 아이들은 "재미있었다"는 기억은 남지만 생활이 바뀌지는 않는다. 반대로 1년 동안 꾸준히, 그러나 부담되지 않는 밀도로 놀이와 프로젝트를 엮어두면, 아이는 쓰레기를 줄이는 행동을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학교가 원래 이렇게 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문제는 현실이다. 교사는 이미 빡빡한 교육과정과 평가 일정 안에서 수업을 운영해야 하고, 아이 역시 여러 과목과 시험 사이를 오가며 지낸다. 그래서 1년짜리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을 설계할때 필요한 것은 이상적인 완전 변혁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학교 한 해의 흐름에 놀이와 프로젝트를 끼워 넣는 현실적인 구조다. 이 글에서는 1년을 기준으로 학기,월별 흐름을 어떻게 설계할지, 저학년은 놀이 중심으로, 고학년,중등은 프로젝트 기반으로 어떻게 나눌지, 학교 행사와 평가, 학생 자치와 어떻게 연결할지까지 한 번에 짚어본다. 목표는 교사가 그대로 가져가 학교 상황에 맞게 수정해 쓸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뼈대"를 제안하는 것이다.

1년 프로그램의 전체 그림 잡기
학교 한 해와 제로웨이스트를 자연스럽게 엮는 관점
학교 한 해의 기본 리듬 이해하기
학교는 이미 나름의 1년 리듬을 가지고 있다. 3월에는 학급 구성과 적응, 4월과 5월에는 본격 수업과 첫 행사, 6월에는 평가와 마무리, 2학기에는 축제와 체험학습, 각종 시험이 배치된다. 1년짜리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을 설계하려면 먼저 이 기존의 리듬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교육 전문가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기존 구조를 완전히 덮어씌우기보다, 그 구조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유지력이 높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교사는 1년 계획표를 펼쳐놓고, 언제 놀이형 활동을 넣을지, 언제 프로젝트를 집중 운영할지, 언제 학교 행사와 연계할지 큰 그림을 먼저 그려보는 것이 좋다. 이때 중요한 것은 “환경만을 위한 시간”을 따로 떼어 두기보다, 이미 있는 수업과 행사 속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우선적 주제로 삼을 타이밍을 골라내는 눈이다.
생활 변화와 인식 변화를 함께 목표로 세우기
1년짜리 프로그램의 목표는 쓰레기 양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결과는 중요하지만, 교육의 관점에서는 아이가 자원과 소비, 쓰레기와 기후를 바라보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연간 목표를 세울 때 “학교 전체 쓰레기 X퍼센트 감소”처럼 숫자만 두는 대신, “아이들이 쓰레기를 버리기 전 한 번 멈춰 생각해 보는 경험 갖기”, “한 번 이상 자기가 기획한 환경 프로젝트를 수행해 보기” 같은 인식과 경험 중심 목표를 함께 적어두는 것이 좋다. 이 기준은 교사가 중간에 프로그램을 수정할 때도 방향을 잃지 않게 해 준다. 학교가 원하는 것은 1년 동안 잠깐 깨끗해진 복도가 아니라, 졸업 이후에도 이어지는 아이의 기준 변화이기 때문이다.
학기·월별 구조 설계하기
1학기, 관찰과 놀이로 여는 제로웨이스트
1학기 초, ‘우리 학교 쓰레기 탐정단’으로 시작하기
1학기에는 아이가 학교라는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 3월과 4월에는 “우리 학교 쓰레기 탐정단”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시작해 볼 수 있다. 저학년은 교실, 복도, 화장실, 운동장을 함께 돌며 쓰레기를 눈으로 찾고, 어디에 어떤 쓰레기가 많은지 스티커와 그림으로 표시해 보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고학년과 중학생은 직접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일주일 동안 나온 쓰레기 종류와 위치”를 기록하고, 간단한 표와 그래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 단계의 핵심은 “우리 학교에서 쓰레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기는지”를 아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아이는 수업 시간에 배운 쓰레기 개념을 실제 생활 장면과 연결하며, 1년 프로그램의 출발점이 되는 문제의식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1학기 말, 작은 실천 루틴을 학급 단위로 정착시키기
5월과 6월에는 관찰을 넘어 가볍게 지속 가능한 실천 루틴을 만드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각 학급이 “우리 반 제로웨이스트 약속”을 세 가지 정도 정하게 한다. 종이 양면 사용하기, 급식 남기지 않기, 쉬는 시간 간식 쓰레기 줄이기처럼 현실적인 약속이면 충분하다. 교사는 이 약속을 교실 벽에 붙여두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저학년은 스티커와 그림으로, 고학년은 짧은 문장으로 실천 결과를 나누게 하면 좋다. 1학기 말이 되면 아이는 “우리 반은 원래 이런 식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반”이라는 정체성을 갖기 시작한다. 이 루틴은 2학기 프로젝트의 발판이 된다.
2학기, 프로젝트와 확장으로 깊어지는 실천
2학기 초, 학년별 프로젝트 주제 선정하기
2학기에는 놀이와 루틴 위에 프로젝트를 얹는 시기다. 9월에는 학년별로 하나씩 집중할 제로웨이스트 주제를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학년은 “교실 쓰레기 줄이기”, 중학년은 “급식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고학년은 “학교 행사 제로웨이스트 만들기”, 중학생은 “학교 주변 상점과 함께 일회용품 줄이기” 같은 식이다. 주제를 정할 때 교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아이에게 “올해 우리가 가장 바꾸고 싶은 학교의 쓰레기 장면이 무엇인지”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아이가 문제를 “선택했다”고 느낄 때,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감과 몰입도가 높아진다.
2학기 후반, 결과 공유와 학교 전체 확산으로 마무리하기
11월과 12월에는 학년별 프로젝트 결과를 학교 전체와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각 학년은 프로젝트 과정을 포스터 전시, 영상, 연극, 발표회, 체험부스 등 다양한 형태로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학년이 만든 “축제 쓰레기 줄이기 가이드”를 다음 해 행사 준비위원회에 전달하거나, 중학생이 정리한 “학교 주변 제로웨이스트 상점 지도”를 전교생에 배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의 활동이 반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교 문화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교사는 이 결과물을 바탕으로 다음 해 프로그램 설계에 필요한 개선점을 찾아볼 수 있다.
저학년을 위한 놀이 기반 제로웨이스트 활동
교실 안 놀이형 활동으로 기본 감각 심기
역할놀이와 동화로 쓰레기 문제 감정 이입하기
저학년은 개념 설명보다 감정과 놀이가 먼저다. 교사는 쓰레기와 자원을 다룬 그림책과 동화를 활용해 역할놀이를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다 동물이 플라스틱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야기, 숲 속 동물이 쓰레기를 치우는 이야기, 장난감을 고쳐 쓰는 아이의 이야기를 읽어준 뒤, 아이들이 동물과 물건, 자연 역할을 나누어 “쓰레기 많을 때 상황”과 “쓰레기 줄어든 뒤 상황”을 몸으로 표현하게 할 수 있다. 아이는 대사와 표정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면 친구들이 편해진다”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이때 교사는 “어떤 말이 제일 하고 싶었어?”, “어떤 역할이 더 좋았어?” 같은 질문을 던지며 아이가 느낀 점을 말로 정리해 보게 도와줄 수 있다.
교실 물건 정리 놀이로 재사용과 줄이기의 경험 만들기
또 하나 좋은 놀이 활동은 “교실 물건 정리 도전”이다. 교사는 수업에서 쓰는 색연필, 공책, 종이, 교구를 아이와 함께 점검하며 “지금 꼭 필요한 것”, “고쳐 쓰면 되는 것”, “같이 나누어 쓸 수 있는 것”으로 나누는 놀이를 할 수 있다. 아이는 스티커나 색깔 테이프를 사용해 각 물건에 표시를 붙이고, “함께 쓰는 서랍”과 “수리해서 쓰는 바구니”를 만들어 본다. 이 활동은 물건의 생명과 쓰레기 전 단계를 한 번에 다루기보다,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를 자연스럽게 연습하게 한다. 교사는 이 놀이를 정기적인 교실 정리 시간과 연결해, 물건을 아끼는 문화를 학급 생활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
운동장과 급식실을 활용한 몸으로 배우기
운동장 쓰레기 보물찾기와 분류 놀이
저학년에게 야외 활동은 강력한 학습 도구다. 운동장이나 학교 앞 길을 함께 돌며 “쓰레기 보물찾기” 놀이를 해보면 좋다. 아이는 장갑과 집게를 들고, 버려진 종이, 비닐, 플라스틱, 캔을 찾아 비닐봉지나 바구니에 모은다. 그런 다음 교실로 돌아와 “같은 친구끼리 모이기” 놀이를 하듯 재질별로 나누어 보고, 각 재질을 만져보며 느낌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교사는 “이 친구들은 어디로 가야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간단한 분리배출 이야기까지 이어갈 수 있다. 아이는 쓰레기를 단순히 “더러운 것”이 아니라 “무언가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급식실 남김 줄이기 도장 놀이
급식실은 제로웨이스트 놀이를 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저학년에게는 “남김 줄이기 도장 놀이”처럼 아주 단순한 구조가 효과적이다. 교사는 영양사와 협의해 한 주 동안 “딱 내 배만큼 덜어 먹기”를 실천하고, 남기지 않고 먹은 날에는 작은 도장을 찍어주는 활동을 운영할 수 있다. 도장의 개수에 따라 선물을 주는 대신, “이번 주 우리 반이 남기지 않고 먹은 끼니가 몇 번인지”를 함께 세어보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는 놀면서도 “내가 조금만 덜어 먹고 남기지 않으면 쓰레기가 줄어든다”는 인과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고학년·중등을 위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
문제 정의에서 해결안 제안까지의 흐름 만들기
실제 학교 문제를 기반으로 프로젝트 설계하기
고학년과 중·고등학생에게는 놀이보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적합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가 아이에게 “진짜 문제”로 느껴지느냐이다. 교사는 학생과 함께 학교 내 쓰레기와 자원 문제를 목록으로 적어볼 수 있다. 급식실 음식물 쓰레기, 매점 플라스틱, 축제 행사 쓰레기, 복도 자판기, 교실 프린트 종이 등 현실적인 목록이 나올 것이다. 이 중에서 한두 가지를 선택해 “우리 학교에서 실제로 바꿔 보자”는 목표를 세우면 프로젝트의 동력이 생긴다. 학생은 조사, 인터뷰, 관찰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학교 구성원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해 보는 과정을 거친다. 같은 쓰레기 문제라도, 실제 사람들의 입장과 구조를 이해한 뒤 제안하는 해결책은 훨씬 설득력이 높다.
소규모 실험과 제안서 작성으로 마무리하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이론적 해결책”이 아니라 “실험해 본 해결책”을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한 반에서만 일주일 동안 텀블러 사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그 전후 일회용 컵 사용량을 비교해 보는 실험을 할 수 있다. 급식실에서 음식 남김 줄이기 활동을 특정 학년에서만 시범 운영해 보고, 데이터와 학생·교사·조리실 의견을 모아본다. 그 결과를 정리해 교장과 행정실, 영양사, 매점 운영자에게 전달할 제안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그냥 “환경이 중요하니 바꿔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요청을 하는 법을 배운다. 이는 환경을 넘어서 사회 문제 전반에 대한 시민 역량으로 이어진다.
교과와 연결해 심화하는 방법
과학·사회·국어와 프로젝트를 동시에 묶기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각 교과와 연결될 때 1년 프로그램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줄이기 프로젝트를 할 때 과학에서는 플라스틱의 화학적 특성과 연소, 온실가스 발생을 배우고, 사회에서는 쓰레기 처리 시스템과 도시 인프라를, 국어에서는 환경 관련 기사를 읽고 논설문을 쓰는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각 교과 수업에서 나온 내용을 프로젝트의 조사와 발표 자료로 활용하게 하면, 아이는 “이 수업이 바로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와 연결되는구나”라는 감각을 갖게 된다. 교사 입장에서도 추가 콘텐츠를 만들 필요 없이 기존 성취기준 안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우선 예시로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든다.
평가와 학교생활기록부와의 연계 고려하기
중등에서는 평가와 기록이 중요하다. 교사는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 결과물을 수행평가와 생활기록부에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 과학 수행평가로 “우리 학교 쓰레기 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국어 수행평가로 “학교 제로웨이스트 정책 제안 글”을, 사회 수행평가로 “지역 자원순환 정책 조사와 비교”를 택하는 식이다. 동아리 활동과 진로 활동에도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를 기록해 두면, 아이는 환경 실천이 점수와 기록과도 연결된다는 현실적 보상을 얻는다. 이것은 환경교육이 입시와 상충된다는 학부모의 걱정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학교 행사와 연계한 연간 이벤트 구성
기존 학교 행사에 제로웨이스트 원칙 입히기
입학식·운동회·축제를 제로웨이스트 실험장으로
1년짜리 프로그램에서 학교 행사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입학식, 체육대회, 축제, 학예회 같은 큰 행사는 평소보다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다. 학교는 이 행사를 “제로웨이스트 실험의 날”로 지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육대회 간식 포장을 단순화하고, 개인 물병 지참을 원칙으로 정하며, 축제 부스에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 식기를 사용하는 시범 운영을 할 수 있다. 이때 준비 과정과 운영을 아이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만들면, 행사 자체가 1년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실패와 시행착오도 그대로 기록해 다음 해 개선안을 만드는 경험을 함께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 주간·지구의 날과 학교만의 연례 행사 만들기
대부분 학교에는 환경의 날이나 환경 주간이 있다. 1년짜리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이 주간을 “중간 점검과 축제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환경 주간에는 학급과 학년, 동아리에서 그동안 진행한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전시하고, 체험부스를 운영하며, 학교 안팎에 캠페인 포스터와 결과물을 공유한다. 아이는 “우리가 1년 동안 꽤 많은 일을 했구나”라는 감정을 가지게 되고, 교사는 프로그램의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를 얻는다. 이 주간의 기록은 학교와 지역사회에 프로그램을 설명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학생 자치와 동아리의 역할 설계하기
학생회와 환경동아리를 ‘엔진’으로 활용하기
1년 프로그램이 교사 한 명의 열정에만 의존하지 않으려면, 학생 자치 구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학생회와 환경동아리를 연간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의 “엔진”으로 지정하고,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학생회는 학교 전체 캠페인과 규칙 제안, 설문조사를 담당하고, 환경동아리는 조사·연구·전시·홍보 자료 제작을 맡을 수 있다. 교사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정보와 프레임을 제공하되, 세부 문구와 디자인, 활동 방식은 최대한 학생이 결정하도록 맡기는 것이 좋다. 아이는 환경 실천을 “시킨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고 운영하는 것”으로 경험하게 된다.
학급 대표와 ‘제로웨이스트 리더’ 양성하기
전교 차원의 구조뿐 아니라, 학급 안에서도 “제로웨이스트 리더”를 두면 프로그램의 세밀한 유지가 쉬워진다. 각 반에서 한두 명씩 자원자를 뽑아 제로웨이스트 리더로 정하고, 이들을 모아 정기적인 모임을 운영할 수 있다. 리더들은 학교 쓰레기 현황을 공유하고, 좋은 실천 사례를 나누며, 캠페인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 수 있다. 교사는 이 모임을 통해 학교 전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조율할 수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리더십과 시민성을 키우게 된다.
평가와 기록, 다음 해로 이어지는 마무리
포트폴리오와 이야기 중심 평가 체계 만들기
숫자뿐 아니라 이야기로 남기는 1년 기록
1년 프로그램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쓰레기 감소량과 함께, 아이와 학교가 쌓은 경험과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교사는 학급별 환경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아이들의 활동 사진, 소감문, 조사 결과, 캠페인 자료, 실패와 성공 사례를 함께 모아볼 수 있다. 아이는 한 해의 기록을 넘겨보며 “우리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왔다”는 그라데이션을 느낀다. 평가에서는 정답을 찾는 시험 대신, “1년 동안 나의 실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가장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것”, “내가 바꿨다고 느끼는 학교의 장면”을 서술하게 해 볼 수 있다. 이런 기록은 아이에게는 자존감의 근거가, 교사에게는 다음 해 프로그램 개선의 자료가 된다.
학교 차원의 공식 문서와 계획에 반영하기
마지막으로, 1년짜리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이 단발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공식 문서에 흔적을 남겨야 한다. 교육과정 운영 계획, 학교경영 계획, 학교생활 규칙, 연간 행사 계획 등 적절한 문서에 제로웨이스트 관련 조항과 목표를 포함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 축제 운영 원칙에 일회용품 최소화 규정 추가”, “환경동아리와 학생회의 연간 역할 명시”, “생태·환경 교육을 학교 특색 교육의 한 축으로 설정” 같은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교장이 바뀌거나 담당 교사가 바뀌어도, 학교 시스템 안에 제로웨이스트가 하나의 “당연한 축”으로 남게 된다. 이 안정성이 있을 때 1년 프로그램은 단순한 시도가 아니라 학교 문화의 일부로 정착한다.
1년을 채운 놀이와 프로젝트가 아이의 평생 기준을 바꾼다
1년짜리 학교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은 단순히 쓰레기통 안의 내용물을 줄이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아이는 이 1년 동안 문제를 관찰하는 눈, 놀이 속에서 공감하는 마음, 프로젝트를 통해 기획하고 실행하는 손, 실패를 분석하고 다시 시도하는 태도를 동시에 경험한다. 저학년은 그림책과 역할놀이, 교실 정리 놀이와 급식실 도장 놀이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는 첫 이미지를 갖게 된다. 고학년과 중등은 실제 학교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실험하고,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학교와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이미지를 얻는다. 이 경험은 성인이 된 뒤 환경 분야에 직접 종사하지 않더라도, 소비와 정책, 직장에서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기준이 된다.
교사와 학교 입장에서 1년 프로그램은 분명 추가적인 수고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 수고는 새로운 거대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있는 수업과 행사, 평가와 자치 구조 속에 제로웨이스트라는 렌즈를 덧씌우는 작업에 가깝다. 학급 놀이 하나의 소재를 바꾸고, 수행평가 하나의 주제를 바꾸고, 축제 준비 지침에 한 줄을 추가하고, 학생회와 동아리의 연간 목표에 환경을 넣는 식으로 조금씩 쌓아갈 수 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면, 학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이가 쓰레기통 앞에서 잠깐 멈추어 보는 습관, 급식실에서 남기지 않으려는 태도, 학교 규칙을 함께 바꾸려는 제안, 환경 이야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꺼내는 담대함 같은 것들이다.
결국 1년짜리 놀이·프로젝트 기반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의 목표는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학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목표는 훨씬 더 현실적이면서도 깊다. 이 학교를 거쳐 간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물건을 고를 때와 버릴 때마다 한 번쯤 멈추어 생각하는 사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해보려는 사람, 혼자만이 아니라 친구와 동료를 설득해 함께 바꿔 보려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오늘 교사가 1년 계획표 한 켠에 “제로웨이스트 놀이와 프로젝트”라는 작은 칸을 새로 만들어 넣는 결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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