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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와 성적표 사이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지키는 법, 현실적인 학교,가정 운영 전략

📑 목차

    시험과 평가 중심 교육 환경에서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지속하는 현실적 전략

    대부분의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의 관심은 시험, 성적, 내신, 입시로 빠르게 빨려 들어간다. 교사에게는 진도를 나가고 평가를 준비해야 할 압박이 있고, 학부모에게는 자녀의 점수와 등수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이런 환경에서 제로웨이스 교육은 자주 "좋지만 여유가 있을 때나 하는 것"으로 밀려난다. 환경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싶어도 수행평가와 지필평가 준비에 밀리고, 체험학습을 기획하려 해도 수업 시수와 학사 일정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그런데 기후위기와 자원 문제는 시험이 끝나기를, 입시가 끝나기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시험과 평가 중심의 교육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이 글에서는 "이상적인 교육 모델"이 아니라 실제 학교와 가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중심으로, 교사, 학부모, 학생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져가는 방법을 정리해 본다. 핵심은 더 많은 시간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쓰고 있는 시간 안에 환경 감각을 스며들게 하는 방향 전환에 있다.

    시험지와 성적표 사이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지키는 법, 현실적인 학교,가정 운영 전략

    시험과 평가 중심 구조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하기

    학교 시스템이 움직이는 기준을 정확히 파악하기

    현실적인 전략을 세우려면 먼저 이상과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 많은 교사가 환경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움직일 때는 교육과정 편성표, 단위수, 평가 계획, 학사 연간 일정이라는 벽을 마주한다. 한국의 학교 시스템은 여전히 교과 중심, 성취기준 중심, 평가 중심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제로웨이스트 교육이 이 틀 밖에 있는 “추가 활동”처럼 보이면 가장 먼저 잘려 나간다. 따라서 교사는 제로웨이스트를 독립 프로그램으로만 보지 말고, 이미 존재하는 교과와 평가 틀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을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 과목의 자원과 환경 단원, 사회 과목의 도시와 산업 단원, 기술가정의 소비와 자원 단원, 도덕의 책임과 생명존중 단원, 국어의 설명문·토론 단원 등은 제로웨이스트와 기후, 자원 문제를 끼워 넣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다. 제도와 문서를 “적”으로 보기보다, 이 틀을 활용해 제로웨이스트를 정식 교육 내용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전략이 필요하다.

    평가가 움직이는 곳에 환경 교육을 얹는 사고 전환

    시험과 평가 중심 환경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사실 “시험에 나온다”는 말이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과서에 나오고, 수행평가와 지필평가에 반영되는 내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지속하려는 교사는 이 현실을 거스르기보다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 지필평가 문항 속에 자원순환, 플라스틱 생산과 기후 영향에 대한 상황 문제를 넣거나, 사회 수행평가 주제를 “우리 지역 쓰레기 문제와 해결 방안 조사”로 선정할 수 있다. 국어 과목의 독서 활동에서 제로웨이스트 관련 글을 텍스트로 선택하고, 논술형 평가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학교의 역할”을 주제로 삼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환경 교육은 별도의 시간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평가 준비 과정 속에서 함께 다루어지는 내용이 된다. 시험과 평가가 움직이는 곳에 환경 주제를 함께 올려놓을 때, 제로웨이스트 교육은 “시간 남으면 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해야 하는 것”이 된다.

    교실 수업 안에 제로웨이스트를 심는 전략

    교과 내용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수업 설계

    시험과 평가 중심 구조 속에서도 교사는 수업의 구체적인 진행 방식에 상당한 자율성이 있다. 이 자율성을 활용해 제로웨이스트를 “별도의 단원”이 아니라 “예시와 활동의 소재”로 수업 곳곳에 배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학 시간에 상태 변화, 연소, 기체 성질을 가르칠 때 플라스틱 연소와 대기 오염, 석유에서 플라스틱이 만들어지는 과정, 온실가스 배출과 연결해 설명할 수 있다. 수학 시간에는 비율과 그래프 단원에서 학교 쓰레기 발생량, 재활용률, 일회용컵 사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문제를 만들 수 있다. 국어의 설명문 단원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상점, 리필숍, 자원순환센터를 소재로 한 글을 읽고 요약하도록 할 수 있고, 논설문·토론 단원에서는 “학교 매점에서 플라스틱 줄이기 정책 필요 여부”를 논제로 삼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교사는 성취기준을 충실히 다루면서도 환경 감각을 동시에 심을 수 있고, 학생은 시험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를 학습하게 된다.

    수행평가를 환경 프로젝트와 겹쳐서 설계하기

    수행평가와 프로젝트 활동을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고, 하나로 묶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 사회 과목 수행평가를 “우리 동네 쓰레기 문제 조사 보고서 작성”으로 설정하면, 학생은 자료 조사와 현장 관찰, 인터뷰를 하면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제 문제로 이해하게 된다. 기술가정 과목에서는 “가정에서 실천한 한 달간의 제로웨이스트 기록과 분석”을 수행평가로 삼을 수 있다. 국어 수행평가로는 “학교 생활 속에서 줄이고 싶은 일회용품을 주제로 한 설득 글 쓰기”를, 미술 수행평가로는 “재활용 재료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작품 제작”을 채택할 수 있다. 이렇게 수행평가를 설계하면, 환경 프로젝트가 성적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동시에 교사도 별도의 활동을 추가로 기획해야 하는 부담 없이, 정해진 평가 틀 안에서 환경 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

    학교 문화와 규칙 안에서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법

    한 번의 행사 대신 ‘작은 규칙’으로 남게 하기

    시험과 평가 중심 학교에서 제로웨이스트 교육이 사라지는 가장 흔한 방식은, 1년에 한두 번 있는 환경주간 행사로만 남는 것이다. 이런 행사는 사진과 결과 보고서에는 남지만, 실제 생활 변화로 이어지지 않기 쉽다. 그래서 학교는 가능하다면 환경 행사의 일부를 “학교 규칙”이나 “정례 활동”으로 남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회용컵 없는 날을 행사로만 끝내지 않고, 학교 매점에서 상시적으로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을 운영하는 규칙으로 바꾸거나, 체육대회와 학교 축제 준비 지침에 제로웨이스트 원칙을 공식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급식실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학급별 안내판과 기록표를 행사 기간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하게 할 수 있다. 학교 차원의 작은 규칙이 생기면, 개별 교사가 바뀌어도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어느 정도 유지력이 생긴다.

    학생 자치기구와 동아리에 역할을 위임하기

    지속성을 위해서는 교사 혼자 모든 것을 끌고 가려 하기보다, 학생 자치기구와 동아리에 일부 역할을 넘기는 것이 좋다. 학생회나 환경동아리에게 “학교 쓰레기 줄이기 연간 캠페인”을 맡기고, 예산과 공간, 발표 기회만 지원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설계한 캠페인을 통해 학교 친구들의 참여를 이끌고, 교사는 그 활동이 평가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회가 진행한 텀블러 사용 캠페인을 기술가정 수행평가의 일부로 인정하거나, 환경동아리 프로젝트를 진로 활동 기록에 반영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제로웨이스트 교육은 특정 교사 개인의 열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교 전체 문화와 학생 자치 구조 속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가정과의 연계를 통해 교육 부담을 나누는 전략

    학부모에게 ‘입시와 환경교육의 연결점’을 설명하기

    시험과 평가 중심 환경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학부모의 인식이다. 일부 학부모는 환경 프로젝트 활동이 아이의 학습 시간을 빼앗는 것으로 느끼기도 한다. 이때 학교와 교사는 환경 교육이 입시와 완전히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탐구 보고서 작성, 발표, 토론, 문제 해결력, 프로젝트 수행 경험은 이미 고등학교 수행평가, 학교생활기록부, 대학 입시의 비교과 영역에서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는 이 역량을 실제로 키울 수 있는 좋은 소재다. 환경동아리 활동, 학교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 지역 자원순환센터와 연계한 프로젝트는 진로 탐색과 포트폴리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학부모에게 이런 연결점을 분명히 보여줄 때, 환경 교육은 “점수에 방해되는 외부 활동”이 아니라 “아이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의미를 동시에 키우는 활동”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진다.

    가정에서 가능한 작은 실천 과제로 역할 분담하기

    모든 환경 교육을 학교가 책임질 수는 없다. 시험과 평가로 시간 압박이 큰 학교일수록, 가정에서 작은 실천 과제를 함께 맡아 주면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교사는 수행평가나 프로젝트 과제의 일부를 “가정과 함께 하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으로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주일간 가족과 함께 장바구니 사용, 배달 수저 거절, 분리배출 돕기, 남기지 않고 먹기 등을 실천하고, 그 경험을 간단한 기록지나 사진으로 제출하게 하는 식이다. 학교는 이 과제를 통해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가정으로 확장시키고, 학부모는 아이의 환경 활동을 집에서 직접 지켜보며 의미를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면, 학교는 수업과 평가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에 집중하고, 가정은 생활 실천의 무대를 제공하는 구조가 된다.

    교사와 학생이 지치지 않기 위한 현실적인 태도

    ‘완벽한 제로웨이스트’가 아니라 ‘꾸준한 변화’를 목표로 하기

    시험과 평가 중심 환경에서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지속하려면, 교사와 학생 모두 완벽주의에서 조금은 벗어날 필요가 있다. 모든 일회용품을 없애고, 학교 전체 쓰레기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거대한 목표를 세우면, 현실과의 간극 때문에 곧 지치기 쉽다. 대신 한 학기에는 학교 매점 플라스틱 줄이기, 다음 학기에는 급식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처럼 한 번에 한 영역씩 집중하는 전략이 더 실질적이다. 교사는 “우리 학교는 제로웨이스트를 완벽하게 지키는 곳”이 되는 것보다 “매년 한두 가지는 환경 측면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학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편이 좋다. 학생에게도 실패와 후퇴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면서, 작은 변화를 인정해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런 태도일수록 교육은 오래 간다.

    교사의 번아웃을 막기 위한 동료 네트워크 만들기

    환경 교육에 열정이 있는 교사일수록 혼자 너무 많은 것을 떠안다 번아웃을 겪기 쉽다. 시험과 평가 중심 구조에서는 행정과 수업 준비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학교 안에서 환경 교육에 관심 있는 동료 교사들과 작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학년 교사끼리 환경 관련 수행평가 주제를 공유하거나, 과학·사회·국어 교사가 함께 프로젝트 주제를 논의하고 나누어 진행하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학교 단위에서 어렵다면, 지역 교육연구회나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를 통해 자료와 사례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사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때, 제로웨이스트 교육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오래 가져갈 수 있는 시도가 된다.

    성적표 사이에서도, 아이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눈’을 남기려면

    시험과 평가 중심 교육 환경은 분명 제로웨이스트 교육에 불리한 조건이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눈에 보이는 성적과 등수가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 교육을 완전히 뒤로 미루면, 아이는 학창 시절 내내 시험문제 속 지식만 쌓을 뿐, 자신의 삶과 세상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감각을 키우지 못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지속한다는 것은 거창한 별도 프로그램을 유지한다는 뜻이 아니라,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최소한 한 가지는 남기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그 한 가지는 “내가 쓰는 물건과 버리는 쓰레기가 어딘가에 흔적을 남긴다”는 깨달음일 수 있고, “학교 안에서도 규칙과 문화를 바꾸어 볼 수 있다”는 경험일 수 있고, “공부와 환경을 동시에 생각하면서 선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일 수 있다.

    현실적인 전략은 이미 존재하는 시험과 평가 구조를 인정하면서 그 틀 사이에 환경 교육을 심는 방식이다. 수업 예시와 수행평가, 프로젝트, 학교 규칙, 학생 자치, 가정 과제, 디지털 기록 등 우리 손에 쥐어진 다양한 도구들을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 안에는 제로웨이스트를 끼워 넣을 수 있는 빈 공간이 분명히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그 빈 공간을 꾸준히 찾아 채워 나갈 때, 아이는 시험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환경을 보는 눈”을 갖게 된다. 언젠가 이 아이가 치열한 입시와 취업, 업무 속에서 다시 쓰레기통 앞에 섰을 때, 학교에서 배웠던 작은 질문 하나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 교육은 성공한 것이다. 내가 지금 버리려는 이 물건, 꼭 이렇게 한 번에 사라져야 할까. 그 질문 하나가 새로운 선택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시험 중심 교육 환경 속에서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지속한다는 것은 바로 그 질문이 아이 안에 남도록, 조금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길을 내는 일이다.